알 자지라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 오전 이라크 국경과 50km 떨어진 유전지대 후제스탄 주의 주도(州都) 아바즈에서 정부 청사 등 공공건물을 겨냥한 4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 8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이어 수도 테헤란 시내의 이맘 후세인 광장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외신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테러의 무풍지대’였던 이란에서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란 지도부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내부 통제와 단속이 철저한 신정(神政)국가 이란에서 테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란 내 아랍계 분리주의운동 단체인 ‘알 아바즈 순교자 혁명여단’은 사건 직후 인터넷 사이트에 성명을 올려 “이란의 점령으로부터 아바즈를 해방시키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대선 보이콧을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영국의 배후설을 거론했다. 이란 국가보안최고위원회의 알리 아가 모하마디 대변인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과 영국군에 훈련받은 아랍계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전체 인구(6900만 명)의 51%는 페르시아인이며 아랍계는 3%에 불과하다. 후제스탄 주에 몰려 있는 아랍계는 오래전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해 왔다. 4월 중순에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5명이 숨졌다.
이번 테러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8명의 대선 후보 중 실용적 보수주의자인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27.1%)이 선두를 달리고 개혁파인 무스타파 모인 전 교육부 장관(18.9%)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득표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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