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이 당시 현장을 취재한 조지 웰라(2002년 95세로 사망) 기자의 아들에게서 입수해 17일 공개한 원고와 사진은 폐허로 변한 나가사키 시와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웰라 기자는 A4 용지 75장, 2만5000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원고를 연합군 총사령부(GHQ)에 보냈으나 이 원고는 군 당국의 검열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원폭 투하 한 달 뒤인 9월 6일 가고시마(鹿兒島)에서 모터보트와 철도를 이용해 나가사키에 들어갔으며 2주일 동안 피폭 현장과 인근의 규슈(九州) 북부를 취재했다.
9월 8일자 기사에서는 원폭의 위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듯 “섬광이 퍼지며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원폭이 다른 폭탄과 다르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나 웰라 기자는 이날 시내 병원 2곳을 방문한 뒤 원폭의 특이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화상인데도 팔과 발에 붉은 반점이 생겨 고생하는 여성과 코에 피가 들어차거나 머리가 빠진 어린이들을 목격한 것. 웰라 기자가 병원에 있던 네덜란드 출신 군의관에게 ‘무슨 증상이냐’고 묻자 군의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X 증상”이라고 대답했다.
9일자 기사에서 그는 현지 의료진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일련의 증상은 방사선 피폭에 의한 원폭증이며, 폭탄 투하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환자들은 별로 괴로워하지 않지만 4, 5일 뒤면 증세가 악화돼 죽는다. 사후에 조사해 보면 각종 장기는 정상이다. 그런데도 죽는다”고 썼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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