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습격사건에 中정부 전전긍긍…中언론도 보도 시작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중세 토비(土匪)의 양민 습격사건’을 연상케 하는 중국의 충격적인 농성 진압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전 세계에 방영돼 중국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 온 중국 언론도 17일부터 이 사건을 부분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사건은 11일 새벽 중국 허베이(河北) 성 딩저우(定州) 시 성유(繩油) 촌의 궈화(國華)발전소 건설부지에서 일어났다.

당시 주민 수십 명은 수용 토지에 대한 낮은 보상에 항의하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으며 엽총과 곤봉 등으로 무장한 괴한 200여 명이 이들 농민을 습격해 괴한 1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진 것.

영국 스카이TV 등이 방영한 3분짜리 동영상에는 헬멧을 쓰고 카키색 제복을 입은 괴한들이 천막 속에서 저항하는 주민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주민 1명이 엽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동영상은 한 주민이 촬영해 외신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신징(新京)보는 17일 괴한들을 실어 나른 운전사의 목격담을 통해 당시 참상을 전했다.

목격담에 따르면 20, 30대의 괴한들은 딩저우에서 약 40km 떨어진 바오딩(保定) 시에서 “밀을 베러 간다”며 대형버스 5대를 전세 냈으며 농성장에 도착하자 카키색 위장복으로 바꿔 입은 뒤 엽총, 쇠파이프, 소화기 등을 들고 농성장으로 달려갔다. 허베이 성 당국은 홍콩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13일 딩저우 시 서기와 시장을 해임시켰으나 수사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4월 20일에도 20여 명의 괴한이 주민들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면서 발전소 측이 괴한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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