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그룹이 21일 매물로 나온 미국 가전업체 메이택 인수 방침을 선언하고 나서자 미국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메이택은 연간 매출액이 48억 달러 규모로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은 미국 내 제3위 가전업체이지만 최근 원가상승과 판매부진으로 고전해 왔다.
하이얼은 베인캐피털, 블랙스톤 등 다른 사모(私募)펀드들과 연대해 메이택을 12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경쟁자인 미국 투자업체 리플우드가 제시한 11억3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
하이얼 그룹이 메이택을 인수하게 된다면 중국 최대 컴퓨터회사인 레노보의 IBM PC사업부문 인수에 이어 중국 업체가 미국의 주요 업체를 인수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 3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총공사(CNOOC)도 미국 제8위 석유회사인 유노칼을 2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당초 유노칼은 미국의 셰브론텍사코가 16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최근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국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휴대전화로 유명한 중국의 TCL이 프랑스의 대표적 가전회사인 톰슨의 TV 및 DVD 부문을 인수하고,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중국은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아예 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첨단기술과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중국 경계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레노보가 IBM의 PC 부문을 인수할 때도 미국 의원들이 백악관에 매각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진통을 거친 끝에 미국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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