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미국사회에서 통합의 상징인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7월 4일자)에서 전했다.
역사가들은 앞 다퉈 링컨 연구서를 출간하고 있으며 4월에는 링컨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내년 1월 링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링컨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타임에 따르면 링컨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었지만 사실 편리에 따른 ‘박제된 영웅’이었다. 정치세력, 시민사회단체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의 이미지를 끌어다 썼기 때문.
그의 ‘영웅 만들기’는 1865년 4월 15일 암살 직후부터 시작됐다. 북부의 지도자들은 그의 죽음을 ‘신의 선물’로까지 표현하며 남부에 대한 탄압과 복수에 이용했다. 전쟁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려 했던 링컨의 진심은 내팽개쳐졌다. 1960년대에는 흑인 민권운동가들에 의해 노예해방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그 외에도 기독교인, 공산주의자, 심지어 채식주의자들도 그의 이미지를 끌어다 썼다.
한편으로는 ‘링컨 깎아내리기’도 진행됐다. ‘해방자’가 아니라 사실은 “백인과 흑인 사이에 평등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다는 것. 최근에는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며 젊은 시절 우울증으로 자살 직전까지 갔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신격화와 비하를 넘어 이제는 인간으로서의 그를 종합적으로 바라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는 “운명과 자유의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웠고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일에 몰두했으며 이러한 노력이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링컨 열풍’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보수와 진보로 더욱 깊게 균열된 미국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타임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는 세속적이던, 또 원칙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늘 찾던 그의 유연함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완고함과 힘의 중시에 대한 비판에서 링컨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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