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보호운동은 활발하지만 남성으로서의 성적(性的) 평등과 남성만의 고통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어 이를 활성화하려는 게 운동의 취지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안디 고우를 포함한 남성 발기인 7명은 28일 수도 베른에서 ‘메너닷시에이치(Maenner.ch)’를 출범시키고 남성이 겪고 있는 고충과 압박에 대한 범사회적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압력 단체를 결성한 것은 남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이를 감춘 채 속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들은 “남성이라고 해서 늘 혜택만을 누린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면서 “남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건전한 균형을 찾아야 가정의 평화와 사회복지 증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범죄에 관한 통계를 보면 현대 남성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스위스에서는 올 상반기에 5명의 가장이 부인과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1년 동안 비슷한 사건이 10건에 이른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중산층 남성들의 사회적 병리 현상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해석한다. 아직도 ‘남성 가장’에 대한 전통이 강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들은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
이 단체는 남성은 물론 취지에 공감하는 여성도 회원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며 이를 전국적인 조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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