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아로요 결국 탄핵 당하나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2001년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아로요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결과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으며 가족의 뇌물수수 의혹도 속속 밝혀지면서 사퇴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가열되는 퇴진 시위=필리핀 현지 TV방송은 29일 “아로요 대통령이 정국 타개의 하나로 30일 최소 각료 4명과 남편의 측근인 정부 고위관리 3명을 해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면초가에 빠진 아로요 대통령을 등지는 측근들은 계속 늘고 있다. 주요 측근 중 한 명으로 대통령 선거부정 조사청문회를 이끌고 있는 로일로 골레스 하원의원은 이날 자진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금은 국가에 충성해야 할 때”라면서 “당에 대한 충성은 끝났다”고 말했다.

27일 올리버 로자노 변호사가 하원에 제출한 대통령 탄핵안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속속 늘고 있다. 하원의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상원에 상정된다. 이 경우 상원은 탄핵 법원으로 바뀌어 탄핵 심판을 벌이게 된다.

10일 아로요 대통령의 선거부정 의혹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뒤 마닐라를 중심으로 대통령 퇴진 시위가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페르난도 포 씨의 부인 수전 로체스 씨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아로요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강탈’했다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쿠데타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지만 필리핀군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아직까지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테이프의 진실은=공개된 테이프에는 아로요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포 야당 후보와 100만 표 이상 차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묻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통화 사실을 계속 부인해 온 아로요 대통령은 27일 TV연설에서 이를 시인했다. 그는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전화한 것일 뿐 조작은 결코 없었다”면서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테이프를 잘 들어 보면 개표 도중 나눈 대화임이 확실하다”면서 사퇴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법 도박업자들에게서 수십만 페소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편 호세 미구엘 아로요 변호사가 29일 필리핀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의 아들은 이미 국외로 떠났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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