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조계의 시각도 로브 차장의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대리 대사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 씨가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요원임을 로브 차장이 알았는지, 그래서 그 비밀 커버(cover)를 벗겼는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필립 헤이먼 씨는 “플레임 씨가 정보요원이고, 정부가 그 요원신분을 비밀로 보호해왔음을 로브 차장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해줄 증인이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에게 필요하다”며 “검사라면 그런 증인 없이 로브 차장을 범죄자로 기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주간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가 회사에 보낸 e메일을 보면 로브 차장은 ‘CIA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다룬 윌슨의 아내’라고만 언급했지 ‘플레임’이라는 구체적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고, 또 ‘윌슨의 아내’가 정부가 보호하는 비밀 정보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게 돼 있다.
CIA에서 일한다고 모두 정부가 보호하는 비밀 정보요원은 아니다.
누군가를 최고 징역 10년형까지 내릴 수 있는 비밀정보요원보호법으로 처벌하려면 정부가 ‘적극적 조치’로 정보요원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노출시킨 경우여야 한다. 물론 로브 차장이 쿠퍼 기자와 얘기할 때 ‘플레임’이란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바로 혐의를 벗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구를 얘기하는지 정황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브 차장은 그녀가 CIA에서 일하는 것이 명백하다고만 했지 CIA의 비밀요원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언급이 없어 ‘고의’로 법을 어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에릭 홀더 전 법무부 부장관은 “이 문제는 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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