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리포트] 21세기 실크로드 열차를 타자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해발 6000m 고원에 ‘개척 열차’희박한 공기, 영하의 기온, 눈보라, 우박, 모래 바람….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 온 해발 6000m 티베트 고원의 탕구라 산맥에 길이 생기고 있다. 칭짱 철로. 중국 서부대개발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총연장 1142km를 뚫는 대역사다. 이 중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 구간이 무려 960km에 이른다. 공사 현장 너머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보인다. 양바징(티베트)=원대연 기자
해발 6000m 고원에 ‘개척 열차’
희박한 공기, 영하의 기온, 눈보라, 우박, 모래 바람….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 온 해발 6000m 티베트 고원의 탕구라 산맥에 길이 생기고 있다. 칭짱 철로. 중국 서부대개발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총연장 1142km를 뚫는 대역사다. 이 중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 구간이 무려 960km에 이른다. 공사 현장 너머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보인다. 양바징(티베트)=원대연 기자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2000년 초만 해도 만년설로 뒤덮인 해발 6000m 티베트 고원의 ‘탕구라(唐古拉)’ 산맥은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영역’이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이 고산지대에는 지금 철로 부설 공사가 한창이다. 거대한 철로 부설 기계가 굉음을 낼 때마다 철로는 40m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대표 프로젝트인 칭짱(靑藏) 철로 건설 현장이다. 칭하이(靑海) 성의 거얼무(格爾木)에서 라싸(拉薩)까지 준령과 사막을 넘어 1142km를 연결하는 대공사다.

2007년 10월 공사가 마무리되면 티베트(시짱·西藏 자치구)에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까지 4000여 km를 단숨에 내달리게 된다. 가능성의 땅 서부와 이미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동부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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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00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 1단계 전반기의 마지막 해. 중국 정부는 21세기 중엽까지 서부의 생활수준을 중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1단계 전반기 사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본보 취재팀이 돌아본 중국 서부는 사실상 지역 전체가 공사장이나 다름없었다.

5년간 새롭게 깐 도로만도 9만1000km. 지구를 두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대도시 백화점은 주말이면 고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잠재력으로만 평가되던 거대 시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와 시장이 갖춰지면서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도 관망을 끝내고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인구 3억7000여만 명의 미개척 시장을 놓치고서는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진출의 한계에 부닥쳐 신규 시장 개척이 절실한 한국에도 서부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자 유라시아로 뻗어 나가기 위한 교두보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 SK㈜와 삼양사가 합작 투자한 섬유원단제조업체 휴비스, CJ 등 134개 업체가 속속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이다.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서부의 관문인 충칭(重慶)에서 중국 업체와 합작으로 지난해부터 중·소형차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청두(成都)에 진출한 인텔은 올해 말 핵심 전자부품 생산에 들어간다.

첨단 기술업체들도 서부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의 10배 크기인 청두의 가오신(高新·하이테크) 개발구엔 최근 5년 새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소니 등 다국적 첨단 기술업체 500여 개가 진출했다.

이 같은 서부의 힘을 바탕으로 타클라마칸 사막 너머에서는 인구 2억4000여만 명의 중앙아시아 10개국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지역경제권도 태동하고 있다. 그 중심이 중국의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다.

과거 미국이 서부를 개척했던 뉴프런티어(New Frontier) 정신이 지금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는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PI)는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테러국가가 아니라 바로 서부대개발을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라고 경고했다.

특별취재팀

반병희 차장(팀장·국제부)

하종대 기자(사회부) 이호갑 기자(국제부)

이은우 기자(경제부) 이정은 기자(정치부)

원대연 기자(사진부) 김아연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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