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곳은 다국적 제약회사라 회사 차원에서 희귀 질환자를 비롯한 많은 환자에게 의약품과 치료비 등을 지원해 오고 있었지만, 직원들도 봉사 활동에 참여해 환자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최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05 희귀·난치성 환자를 위한 희망나눔 음악회’에 참여했다. 행사가 한국의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해 알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만큼 3000명이 넘는 희귀 난치성 환자들이 참석했다. 우리는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도와주거나 말벗이 되어 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날 내내 함께했던 한 환자를 집에까지 바래다주고 오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자원봉사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한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한국에서의 자원봉사 행사 중에서 이를 충족시키는 행사는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가시간에 자원봉사를 즐기면서 봉사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는 외국의 사고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호주에서 자란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학교생활을 통해 자원봉사를 몸에 익힐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 나의 선생님은 자신의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교통안내 봉사’를 하셨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듯 ‘생활 속의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아무 대가 없이 내 것을 나눠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끈끈해지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어느 순간 내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때문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원봉사 예찬론을 펴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특별히 날을 잡아 치러야 하는 행사가 아니다. 하루에 100원씩만 기부해도, 한 달에 한 시간을 쪼개는 간단한 노력만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로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동에 참여해 보는 게 어떨까.
▼약력▼
호주에서 태어나 모나시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제약회사인 MSD에 입사했다. 2003년 3월 한국MSD 상무로 취임해 현재 세일즈&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홀트 패트릭 한국MSD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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