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남캘리포니아대가 학생들의 등록금 조달 방법을 조사한 결과 조부모의 지원이 부모 지원과 장학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조부모의 지원은 아르바이트나 대출에 밀렸지만 최근 수년 사이 순위가 급부상한 것.
비교적 등록금이 비싼 미국 사립 중고교에서 조부모가 등록금을 대주는 학생의 비율은 15∼20%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는 14일 전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미국에서 결혼까지 한 성인들이 조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은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보유자산이 많아졌기 때문.
노스캐롤라이나대 조사에 따르면 올해 20세의 미국인의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생존해 있을 확률은 91%로 1900년 83%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 종사 비율은 1991년 15%에서 2001년 21%로 높아졌다.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시장 활황 때 여유자금을 모아둔 것도 요즘 노년층의 호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 요인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손자 손녀 등록금으로 나가는 돈의 경우 5만5000달러까지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한 현행 세제도 조부모 지원을 부추기고 있다.
덩달아 장성한 자식, 손자들의 노부모나 조부모에 대한 의존도 커져, 아예 노부모 또는 조부모 집으로 들어가 생활비를 줄이거나 노부모와 공동으로 주택을 구입해 함께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번 벵슨 남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부모의 지원을 받는 성인 자녀들이 늘면서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과거 규범이 ‘노부모가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는 새로운 조류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 나타나는 ‘문화적 지체(cultural lag)’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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