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측근 중의 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정보요원 신원 누설 의혹을 사고 있긴 하지만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될 경우에만 사퇴시키겠다는 얘기다. 사실상 로브 차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발언이다.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기자들과 CIA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 씨에 대해 얘기를 나눈 행정부 관리들을 더 폭넓게 보호해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건 직후엔 “연루된 사람은 누구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AP통신은 1982년 제정된 비밀 정보요원 신원 조항에 규정돼 있는 처벌 조건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처벌 대상이 되려면 정부가 비밀 요원의 신원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이름을 공개한 경우여야 하며, 특히 신원 보호 대상자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근무한 경우여야 한다. 그러나 플레임 씨는 1997년 이후 미국에서 거주해 왔다.
뉴욕대 스티븐 길러스 교수는 AP와의 회견에서 “이름을 누설한 사람 누구도 기소될 것 같지 않다”면서 “의도적인 신원 누설 여부를 증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위증이나 허위 진술을 문제 삼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BC방송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로브 차장이 비밀정보를 누설했을 경우 해고해야 한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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