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한국어방송 30년째 후지모토씨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20일 일본 도쿄의 NHK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모토 도시카즈 씨. 한국의 단파 라디오 애청자들은 그의 한국어 목소리에 익숙하다.
20일 일본 도쿄의 NHK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모토 도시카즈 씨. 한국의 단파 라디오 애청자들은 그의 한국어 목소리에 익숙하다.
“세종대왕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절반은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일본 NHK 국제방송국 제작센터 ‘수석 디렉터’ 후지모토 도시카즈(藤本敏和·56) 씨. 만 30년째 한국어로 일본 소식을 전해 온 한국통이다. ‘라디오 일본 코리안 서비스’란 프로그램으로 뉴스와 해설, 일본어 학습, 시청자 편지 소개 등을 30분짜리로 제작해 매일 6회 내보낸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KBS 국제방송 분야에서 일본인에게 한국 사정을 전해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일본 손님들과 서울 시내 가게를 찾는 일이 많은데 종업원들이 손님을 무시한 채 사적인 전화에만 열중하는 걸 보면 화가 나요.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뭐가 됩니까. 그럴 때는 ‘차라리 내가 한국어를 몰랐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요.”

1973년 NHK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의 첫 근무지는 시모노세키(下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한일 정기여객선 ‘부관페리’에서 한글 문자를 보고서야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회사 동료들과 한국어 교사를 초빙해 공부하던 중 1974년에 일어난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가 한글 공부 의욕을 더욱 강하게 해 주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압력으로 광고 게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인들 사이에 동아일보 정기구독운동이 일어났지요. 저도 구독을 하게 됐고 한글 기사를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한국어방송 일은 1975년 도쿄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 하면 독재국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커 한글에 관심이 적던 때였지요. 저는 한국어 때문에 딴 세상을 알게 됐고 유명인들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필, 이미자, 최은희, 안성기, 이성애, 김세레나, 김연자, 나훈아, 정경화 등등. 그가 그동안 인터뷰한 한국 인사들이다. 이문열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번역 출판한 적도 있다. 좋아하는 노래는 ‘송학사’인데 어려운 단어가 많아 사전을 많이 찾았다고 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던 저도 ‘대장금’, ‘올인’ 같은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습니다. 요즘 한류를 보면 격세지감입니다. 과거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다 해결될 수 없을 것이므로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겠지요.”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이 기사는 부산에 사는 독자 김치현 님의 추천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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