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피플]한국경제연구소와 코리아소사이어티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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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소(KEI)의 한반도 관련 행사 장면.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제임스 켈리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사진 제공 한국경제연구소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소(KEI)의 한반도 관련 행사 장면.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제임스 켈리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사진 제공 한국경제연구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4월 터키 방문 중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이 한미동맹을 어렵게 한다”고 말해 치열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럼 반대로 미국은 어떨까. ‘한국인보다 더 친한(親韓)적인 미국인’이 있을까.

금방 떠오르는 단체는 근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TKS·The Korea Society)다. 뉴욕에 TKS가 있다면 워싱턴엔 한국경제연구소(KEI·소장 조지프 윈더)가 있다.

▽워싱턴의 KEI=미국의 심장인 백악관에서 불과 3블록 거리에 있는 KEI. 한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워싱턴을 방문하면 반드시 들르거나 도움을 받는 한미 교류의 중심으로 꼽힌다.

한미 경제관계와 미국 내 한국 관련 보도 동향 및 자료 수집과 분석, 대미 홍보행사 개최, 한국경제 홍보자료 발간이 KEI의 설립 목적이자 주 업무. 한미관계와 북한 핵문제가 중요 관심사로 등장한 최근 3년 동안은 정치 외교 안보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KEI의 강점은 한국의 유력 인사들과 미국의 정·관·학계 인사 및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특별 간담회.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KEI가 주선한 특별 간담회만도 주 2회꼴인 28회나 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 윤영관 반기문 전현직 외교통상부 장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이 KEI 주선으로 수많은 미국 측 인사를 만났다. 미국에서는 에번스 리비어 국무부 차관보, 짐 포스터 한국과장 등이 간담회에 나왔다.

KEI의 ‘비밀무기’는 8000여 명에 이르는 ‘지한(知韓) 인사’ 리스트. 플로렌스 노 KEI 재정 및 출판 담당 국장은 “KEI만큼 종합적이고 방대한 한반도 관련 인사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자랑한다.

긴급한 간담회일 경우 한국식 ‘빨리빨리’ 노하우로 초청장 발송에서 간담회 개최까지 2,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1982년 한국 정부(경제기획원)가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한 KEI는 미 법무부에 외국 에이전트로 등록돼 있다. 1990년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 감독기관이 바뀌어 현재는 KIEP의 워싱턴 분원으로 통한다.

정부가 KIEP를 통해 연간 운영 예산 20억 원(약 200만 달러) 전액을 지원하며 미국 대학 순례 홍보 프로그램은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뉴욕의 TKS=뉴욕 맨해튼에 있는 TKS는 정치 경제 문화 북한 문제를 넘나드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흑인 지도자의 한국 초청, 미국 학교의 역사 교사들을 위한 한국사 강좌 개설, 한국 기업인의 강연회 마련, 북한 핵 관련 방송 제작 지원….

워싱턴의 KEI가 외교안보 분야에 주력한다면 TKS는 ‘경제수도’ 뉴욕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1957년 설립됐지만 주한 미국 대사(1989∼93년)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78) 회장이 ‘미국 내 한국의 얼굴’로 되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취임 때부터 “미국에 한국을 알리는 충실한 대변자가 되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TKS의 강점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제공하는 기금(연 80만 달러) 이외에도 뉴욕을 중심으로 한 공익재단 및 미국 기업의 후원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공익재단은 물론 AIG, 보잉, 시티그룹, CBOL 등 한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이 후원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연간 예산이 약 200만 달러 선.

그레그 회장은 올해 6월 한국을 방문해 전경련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피아 강 TKS 선임국장은 20일 “75∼80개 기업 후원자 가운데 한국 기업의 비중이 낮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그레그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중앙정보국(CIA) 중국 책임자로 있을 때, 그리고 1980년대 부통령을 지낼 때 부하 직원이었다. 이 점이 ‘그레그의 힘’이자 TKS의 힘이다.

TKS는 또 북한 유엔대표부의 박길연 대사, 한성렬 차석대사와 깊은 교감을 쌓아왔다. 특히 한 차석대사는 지난해 TKS가 주관한 골프행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기금 받는 미국 내 연구소(2004년도)
기관지원금 지원사업
코리아소사이어티(TKS)110만 달러-한국 소개 및 홍보 활동
한국경제연구소(KEI)6만 달러-대학 세미나 및 연례 심포지엄 개최
우드로윌슨센터3만 달러-냉전시대 북한 관련 자료 발굴 및 분석
브루킹스연구소8만 달러-한반도 관련 세미나 및 한국인 객원연구원 초빙
랜드(RAND)연구소8만 달러-변화하는 아시아 속의 한중관계 연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8만 달러-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연구-동아시아 전략 그룹 회의 개최
퍼시픽포럼 CSIS6만 달러-한미의 대중국, 대일본 협력 관계 워크숍
시카고외교위원회(CCFR)4만 달러-한미관계 심포지엄 및 여론조사
국제경제연구소(IIE)7만 달러-동아시아 경제 지역주의와 세계 경제 연구
미국기업연구소(AEI)5만 달러-한반도 관련 연구 및 세미나
후버연구소6만 달러-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 연구
맨스필드재단1만 달러 -한중일 소장급 인사 워크숍
아시아소사이어티2만4000 달러-한국의 차세대 지도자 심포지엄 및 강연회 개최
노틸러스(Nautilus)연구소3만 달러-아시아 에너지 안보 시나리오 워크숍
합계177만4000달러(약 18억3697만 원)
국제교류재단의 국회 제출 자료.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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