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차기 정권을 놓고 공식 선거 국면에 돌입했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21일 의회를 해산하고 9월 18일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쾰러 대통령은 “현 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에서 패배해 지지 기반을 잃었으므로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조기 총선 실시 이유를 밝혔다.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 결정이 난 것은 슈뢰더 총리가 유도한 결과였다. 그는 5월 집권 사회민주당이 전통적 텃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하자 조기 총선 실시를 모색해왔고 이를 위해 의회 불신임 투표라는 배수진을 친 것. 불리한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빌리 브란트 전 총리와 헬무트 콜 전 총리도 썼던 수법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제1야당인 기독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독일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될지 여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련은 집권 사민당을 17%포인트가량 앞서는 등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공영 ARD방송의 여론조사에서 슈뢰더 총리 재집권을 예상한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총선 기간 여야는 대(對)기업 정책, 실업률 해소, 복지 정책 등 주로 경제 정책을 놓고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재선 뒤 실직 수당을 삭감하는 등 근로자 보호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은 슈뢰더 총리는 “복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기업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개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당수는 “실업률 해소 및 복지 제도 유지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기업이 내는 실업 보험료를 낮춰 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말했다. 고용을 꺼리는 기업을 달래고, 부족한 복지 예산은 다른 곳에서 충당하겠다는 것.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도 표심(票心)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뢰더 총리는 터키의 EU 가입을 찬성하는 반면 메르켈 당수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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