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가 나온 후 10년 동안 강산은 변했지만 여성 임원 승진의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호(25일자)에서 분석했다. 10년 전 5%였던 미국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올해 7% 수준.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은 10년 전 0.7%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더욱 어려워지는 여성 임원 승진=IBM GE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일부 대기업이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에서 유리 천장은 아직 높기만 하다. 미국의 최대 생활필수품 업체인 P&G의 경우 1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2명은 결정권이 없는 이사직이다.
그동안 여성의 임원급 승진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비즈니스 성공의 필수요소인 친교 능력이 떨어지고 여성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역할 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자주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이런 여성 내부적 요인보다는 1990년대 후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여성의 재취업 환경이 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감원 열풍으로 여성의 재취업 조건이 악화되면서 그만큼 임원 승진 기회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미국 직장가정정책연구소(CWLP)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과 자녀 출산으로 휴직한 후 중간 간부로 재취업하는 여성은 경력에서 평균 3, 4년씩을 깎아먹으며 임금 수준도 휴직할 당시보다 평균 3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 MBA 졸업자 중 일정 기간 휴직 후 재취업하지 않는 여성은 남성보다 7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여성 영향력 확대가 관건=기업에서 CEO나 결정권이 있는 고위 경영진 임명은 이사회가 결정한다. 따라서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려면 이사회에서 여성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사회 내에 일정 비율의 여성 이사 확보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두고 있다. 세계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 노르웨이는 모든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2명 이상 두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영국 여성 경영인들은 ‘여성이사회(WDOB)’라는 단체를 조직해서 영국 기업 내 여성 이사의 비율을 현재 5%에서 2010년 10%까지 늘리기 위해 기업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멘터링(조언자) 시스템을 운영해 여성 직장인의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업무시간 자율조정 제도를 마련해 기혼 여성 직장인의 부담을 덜어줘야만 여성 임원 승진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유리천장(Glass Ceiling):
회사나 조직에서 뿌리 깊게 존재하는 성 차별, 인종 차별 의식에 기인하여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이 일정 수준 이상 승진하거나 고위 경영진에 합류하는 것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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