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대통령 그린스펀, 후임은 누구?… 4명 후보 부상

앨런 그린스펀(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바통은 누가 이어받을까.

1987년 의장에 취임한 이후 사실상 미국에서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해 온 그린스펀은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79세인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임을 요청하면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는 있지만 연임 의사가 없음을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지금까지 미국 언론에 의해 차기 FRB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는 모두 3명. 마틴 펠드스타인(65)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글렌 허버드(46)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 벤 버난케(51)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로런스 린지(51)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도 최근 후보군에 합류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린스펀 의장 후임자 물색은 딕 체니 부통령과 앨런 허버드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후임자 물색과정이 공개되면 자칫 그린스펀 의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공급경제학의 대가인 펠드스타인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등에 대한 자문역할을 맡았다.

허버드 학장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고 1994년부터 컬럼비아대에 재직하고 있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버난케 의장은 올해 백악관에 합류하기 전에 FRB 이사를 지냈다. 다크호스로 등장한 린지 전 비서관도 FRB 이사를 지냈으며 역시 감세정책 지지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허버드 학장과 린지 전 비서관 모두 하버드대 재학 시절 펠드스타인 교수의 제자였다는 점. 차기 FRB 의장 자리를 놓고 스승과 제자가 경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도널드 콘 FRB 이사는 FRB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다는 점에서 FRB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정치 성향에서 공화당원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은 적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