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한국 딜레마…美 0.25%P 인상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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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4년 6개월 만에 역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 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 콜금리(금융기관 간 초단기 거래금리)는 작년 11월 한 차례 낮아진 뒤 줄곧 3.25%에 머물러 200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정책금리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쫓아 돈이 국내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저금리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다.》

○미국, 왜 금리 올렸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이 견실해졌으며 노동시장 여건도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3.4%로 1분기(1∼3월)의 3.8%에 이어 3%대를 유지했다. 7월 신규 취업자도 20만7000명으로 최근 1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경제가 탄탄한 상황이라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2003년 6월 말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것.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FRB가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매회 0.25%포인트 인상을 뜻함)’로 금리를 올려 올해 말 연방기금 금리는 4.0∼4.2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까지 계속 올려 4.5∼5.0%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저금리정책 찬반 팽팽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금리를 나중에 큰 폭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고 지금부터 서서히 시그널을 줘서 시장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최운열(崔運烈) 서강대 대외부총장도 “저금리정책이 투자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가계부채 증가 및 부동산가격 상승만 초래했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그나마 이 정도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의 효과이며, 부채상환 부담이 큰 서민층이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많은 중소기업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현 단계에서는 경기부양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태도이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지면 콜금리 인상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내영향 작아” 전문가 “자본유출 대비를”▼

○당장 자본유출은 없을 듯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은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온기선(溫基銑) 투자전략팀장은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만기 10년 이상인 장기채권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금리보다는 (장기채) 물량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8조5000억 원가량의 자산을 해외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생명 관계자도 “환 위험 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한미 간 시장금리가 최소한 1.0%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장기 투자자금이 국경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경제부 역시 10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됐지만 시장금리는 아직 한국이 높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해외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데다 금융회사에 머물고 있는 단기자금이 지난달 사상 최대인 434조6000억 원에 이르는 등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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