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는 9·11테러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소방대원 및 의료진 500여 명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12일 공개했다.
이들은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뒤 뉴욕 시 소방국 주관으로 실시된 인터뷰에서 당시 비상대처 시스템이 엉망이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자료에서는 소방대원과 구조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지휘하는 사람도 없어 우왕좌왕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재연됐다.
현장과 지휘자 간에 무선 교신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아 결국 구조대원들이 ‘알아서’ 판단해 구조작업에 나서야 했다는 것. 또 뉴욕 시 소속 앰뷸런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대와 민간 병원 소속 앰뷸런스도 도착했지만 서로 교신이 안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특히 응급의료 활동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 시 소방국은 9·11테러 이후 소방국 교신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고 대규모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도 과거보다 훨씬 잘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료에는 참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구조대원들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유족들의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
한 소방관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했는데 나는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나중에는 더 두고 볼 수 없어 눈길을 돌렸는데 사람들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당초 뉴욕 시 측은 뉴욕타임스와 9·11테러 희생자 유족 8명이 제기한 기록공개 요구를 거부했으나 뉴욕 주 대법원이 공개 결정을 내리자 12일 이 자료를 뒤늦게 공개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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