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부정이나 가정생활 소홀로 갈라선 미국 최고경영자(CEO) 부인들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됐다.
과거 경영자 부인들이 위자료를 챙겨서 조용히 남편 곁을 떠났던 것과는 달리 요즘 이혼녀들은 전남편의 사업 비리를 공개하거나 전남편의 결정에 제동을 거는 ‘경영권’을 행사해 CEO들의 최대 ‘적수’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올해 6월 보험회사 AIG의 회계부정 사실을 세상에 퍼뜨린 일등공신은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의 며느리였던 니키 핑크 씨. 그린버그 회장의 아들과 이혼한 그가 결혼 시절 알게 된 AIG의 경영비리를 사법당국과 언론에 제보하면서 전남편과 그린버그 회장의 동반 사퇴를 몰고 왔다.
금융회사 매스뮤추얼의 로버트 오코넬 회장은 이혼한 부인이 전남편의 공금횡령 사실을 회사에 알리면서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보잉 항공사의 해리 스톤사이퍼 회장도 여직원과의 불륜 사실이 전 부인에 의해 이사진에 알려지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비록 회사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CEO로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과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꼽힌다.
최근 머독 회장은 세 번째 부인이 낳은 두 자녀를 경영권 상속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경영 결정권을 가진 전 부인 안나 씨가 반대하면서 가족 내 갈등이 드러나게 됐다.
2002년 당시 웰치 회장이 젊은 여인과 결혼하면서 졸지에 이혼당한 부인 제인 씨는 웰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GE 측에서 갖가지 특혜를 받아온 사실을 폭로했다.
게리 웬트 전 GE캐피털 회장도 3년간에 걸친 지루한 이혼소송 기간에 부인이 자신의 약점을 언론에 낱낱이 공개해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웰치 부부가 이혼할 때 부인 측 변호사였던 윌리엄 자벨 씨는 “요즘 CEO 부인들은 과거처럼 ‘현모양처’형이 아니라 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쳤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경영정보를 수집하는 데 뛰어나다”면서 “CEO들에게 경영 능력만큼이나 부인 관리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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