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안드레스 오펜하이머]유럽경제 재채기에 南美는 몸살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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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이후의 정국 위기에 따라 유럽의 혼란이 심화되면서 남미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에서 유럽헌법 수용이 부결된 뒤 경제학자 로버트 새뮤얼슨이 예언한 것처럼 ‘유럽의 종말’이 오는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유럽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정국 전개 상황은 분명 유럽 전체에 좋지 않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 유럽에서의 투자와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에도 마찬가지다.

총선에서 정권의 향방이 결정되지 못함에 따라 독일 경제의 정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야당 후보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가 승리했지만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뜻대로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렵다. 메르켈 당수 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중 누가 연정을 구성하든지 메르켈 당수의 과감한 경제 개혁 정책은 유보될 공산이 크다.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은 예상치인 0.8%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틀 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6년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여타의 유럽 국가들도 전망이 좋지 않다. IMF는 올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도 각각 1.9%, 1.5%, 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단지 유럽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장기적 문제에 맞부닥뜨려 있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연금 수혜자는 늘어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노동 인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출생률 감소에 따라 독일 프랑스 스페인은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노동력을 수입하는 한편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국가들에는 반(反)이민 감정이 사회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있어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조기 은퇴 연령을 조정하고 한 해 5주나 되는 휴가와 각종 사회적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서유럽 시민들은 자본주의의 이점과 사회주의적 복지시스템을 동시에 누리기를 원한다. 이들은 2가지 모두를 누릴 수는 없는 게 현실임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현실은 남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유럽의 무역과 투자, 국제 원조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이 받을 영향은 더욱 크다.

유럽은 브라질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유엔 남미경제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대미 수출 비율이 21%인 데 비해 대유럽 수출 비율은 25%에 이른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에 있어 유럽은 2번째 규모의 수출시장으로 각각 총수출액의 18%, 25%, 24%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남미경제위의 호세 루이스 마치네아 위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인용해 유럽이 향후 5년간 세계의 다른 공업지역에 비해 1.5% 정도 낮은 성장률을 지속할 경우 이 기간 중 유럽의 남미에 대한 수입액은 1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특히 남미 수출 품목의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다”고 마치네아 위원장은 말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분명 남미와 미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유럽 관리들은 남미와의 관계를 위축시키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자체적인 문제점 때문에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과 투자, 대외 원조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전망하기란 어렵지 않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

정리=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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