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가 보낸 외교문서 가운데 상당수는 양국 간의 중개 역을 했던 대마도(對馬島·쓰시마 섬) 도주(島主)가 멋대로 고친 것이 많은데 고치기 전의 원본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대마도주는 조선과 안정된 무역을 하려면 양국 외교관계가 좋아야 하므로 막부 이름을 사칭해 자체 사절단을 조선에 보내거나 조선에서 보낸 외교문서를 위조한 일이 적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외교문서는 1624년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의 쇼군(將軍)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왕조가 보낸 것이다.
규슈(九州) 국립박물관과 게이오(慶應)대 연구진이 도쿄(東京) 국립박물관에서 찾아냈다.
‘이국일기(異國日記)’ ‘통항일람(通航一覽)’ 등 막부 측 기록과 이 문서를 대조한 결과 5곳에 걸쳐 다른 곳이 발견됐다.
일례로 원본의 ‘겸수작년하사회답지례(兼修昨年賀使回答之禮·작년에 사절을 보내준 데 대한 인사를 겸하여)’란 부분 가운데 ‘작년하사’는 막부 측 기록에는 대마도 번(藩)의 사절을 뜻하는 ‘마도하사(馬嶋賀使)’로 되어 있었다.
원본의 ‘작년하사’는 막부가 보낸 축하사절을 뜻하나 막부는 실제로 사절을 보낸 적이 없었던 것. 대마도주가 막부 이름을 사칭해 사절을 보냈다 조선왕조가 이를 공식사절로 여기고 답례를 보내오자 대마도주가 가짜 문서를 만들어 막부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또 새로 발견된 문서의 ‘예조참판지장(禮曹參判之章)’이란 조선왕조의 정식 도장도 막부가 보관해 온 기존 문서와 달라 역시 대마도주가 위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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