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씩 붙들고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동독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통일은 잘된 일인가’ 단 두 가지.
“동독은 자립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통일은 됐을 겁니다. 통일세를 많이 낸 데도 불만은 없어요.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게 안타깝죠.”(50대·의사)
“동독인은 게으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경쟁 없는 체제에서 지냈으니 당연하겠죠. 같은 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 세대는 차이가 없어질 겁니다.”(50대·상인)
이어 옛 국경에서 40km 떨어진 옛 동독 작센안할트 주 마그데부르크 시로 향했다. 기차는 40여 분 만에 역에 도착했다. 옛 시청 광장에서 ‘서독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통일은 잘된 일인가’를 물었다.
“준비 없이 통일이 닥쳤고, 일자리를 잃은 채 방황했죠. 하지만 통일이 안 됐다면 어땠겠습니까. 매일 감시받으며 살고 있을 텐데.”(60대·약제사)
“서독인요? 오만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알고 보니 프랑스나 미국인 앞에서도 그렇다더군요. 동독인의 피해 의식도 클 겁니다.”(40대·여행사 직원)
불과 70km 떨어진 두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바는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도 많았다. 첫째, 대부분 상대방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외국인처럼 풍습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데는 인식이 일치했다. 둘째, 우연인지 ‘통일은 잘못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단 1명도 만날 수 없었다.
동독 출신 실업자들의 우울한 일상에 대해 수많은 보도를 접해 온 우리로서는 의아한 일인지 모르지만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긍정적인 견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독일 공영방송 벨트 ZD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독인 82%, 동독인 91%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1990년 통일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대답했다. 동독인들도 54%가 ‘통일이 개인에게도 이로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양쪽의 심리적 거리를 잊고 지나가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니더작센 주의 오스나브뤼크 신문은 한 동독 여인의 개인사를 소개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그의 남편은 통일이 닥치자 새 일거리를 찾는다며 서독으로 건너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이 된 남편은 새 차를 사는 데만 골몰했습니다.” 그는 ‘결혼생활을 이어갈 정신적 기반을 잃었다’며 법원에 이혼을 신청한 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이 신문은 ‘이제 서로 이해를 통해 이런 아픔들을 줄여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브라운슈바이크에서 만난 한 노인은 “한국에서 왔다니 해 줄 말이 있다”며 “(통일의) 기회가 오면 잡아라. 여인을 사귈 때와 똑같다. 단 서로 차이는 인정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줘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 아픔을 겪었다는 사람도 많은데…’라고 반문하자 그는 껄껄 웃었다. “이봐, 젊은 친구. 아내에게 불만을 갖는 것과 이혼하겠다는 말은 전혀 다르네. 무슨 뜻인지 알겠나?”
브라운슈바이크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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