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화교기업인 리포그룹이 청라지구 사업에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다음 주 세계화상대회 기간 중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리포그룹은 지난주 고위 임원을 파견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실무부서인 재정경제부와 구체적 논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 종합 비즈니스타운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리포그룹은 청라지구 541만 평 중 10% 정도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라지구의 아시안빌리지를 테마파크 개념으로 개발하려던 정부 계획과 달리 테마파크와 함께 외국 병원, 학교, 쇼핑몰 등이 함께 들어서는 종합 비즈니스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리포그룹은 단순히 자본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청라지구의 일부를 직접 책임 개발하는 형태여서 투자금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리포그룹은 총자산 100억 달러(약 10조 원)가 넘는 금융 및 부동산개발 전문기업으로 홍콩, 중국 등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리포그룹 리원정(李文正) 회장은 8월 한국 정부 주최로 열린 동남아 투자로드쇼에서 “청라지구는 사업성이 충분하다”면서 “투자 초기 4, 5년간 적자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화교 자본 유치 신호탄 될까
리포그룹의 한국 투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에 화교 자본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리포그룹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신도시 개발 때도 네트워크를 동원해 화교 자본을 유치한 적이 있어 본격적인 화교 자본 유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금융과 유통업을 좌지우지해 온 화교 자본이 1990년대 말부터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이들은 동남아에 ‘한류(韓流)’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과의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화상들의 모임인 한국중화총상회 위안궈둥(袁國棟) 회장은 “중국이 개방 초기에는 외국 선진기술을 얻기 위해 시장을 열었지만 이제는 풍부한 외화를 들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 사회학과 정성호(鄭成鎬) 교수는 “인맥이 없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 화교 자본의 속성상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제8차 화상대회가 화교 자본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