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일본은 ‘요가 중’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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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요가 열풍이 거세다. 20대 직장 여성을 비롯해 30대 후반의 주부들도 요가에 매료되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일본의 요가 열풍이 거세다. 20대 직장 여성을 비롯해 30대 후반의 주부들도 요가에 매료되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섭씨 40도가 넘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히는 밀폐된 공간. 20, 30대 여성 10여 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강사를 주시한다. 분위기가 워낙 진지해 단순히 사우나를 즐기려고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닌 듯하다.

“절대로 호흡을 멈추지 마세요.” “눈을 감아서도 안 됩니다.”

50대 인도인 강사의 지도에 맞춰 수강생들은 몸을 뒤틀고, 다리를 쭉 펴고, 팔을 어깨 뒤로 뻗는 등 28가지 동작을 취하며 1시간 30분을 버텼다. 땀으로 뒤범벅이 됐지만 모두 흡족한 표정이었다.

아사히신문이 전한 도쿄 시내의 한 요가 교실 풍경이다.

이날 수강생들이 체험한 요가는 일본의 요가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호토(hot의 일본식 영어발음) 요가’. 섭씨 40도, 습도 60%의 고온 다습한 공간에서 은은하게 흐르는 명상 음악에 몸을 맡기고 다양한 요가 동작을 따라 하는 방식이다.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가는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대 중후반의 직장 여성들이 주류를 이뤘던 요가 교실의 수강생층은 30대 후반의 주부층으로 확산됐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몸 관리에 효험을 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것도 요가 붐을 확산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소 측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혈액 순환이 좋아질 뿐 아니라 내장도 튼튼해지는 건강법”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추세라면 요가가 올해 히트 상품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요가 마니아를 자처하는 기업체의 한 중견 간부는 “요가를 한 다음 날은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중요한 기획안을 발표하기 전날은 반드시 요가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제일의 장수 국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일본인들이 건강 관리에 기울이는 관심은 각별하다. 주말이면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왕궁 주변 보도와 공원 산책로는 조깅족으로 붐빈다. 심지어 인파로 북적이는 번화가에서도 행인들과 부딪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달리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도 건강에 신경을 쓰는 남녀 샐러리맨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몸에 부담이 될 정도의 격렬한 운동에 싫증을 느껴서일까. 요가가 새로운 레저 스포츠로 각광받게 된 것은 몸을 심하게 움직이지 않고도 일정한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게 요가족들의 자기 진단이다.

한 여성 회사원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데다 지겹기도 하다”며 “명상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소 쓰지 않던 신체 부위를 움직이다 보면 세포가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 든다”며 요가 예찬론을 펼쳤다.

도쿄 아카사카의 한 피트니스센터는 이에 맞춰 매주 화요일 밤을 ‘요가 나이트’로 정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시간대별로 2개의 요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해 회원들이 퇴근 후 아무 때나 들러도 요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걷기 위주의 워킹 요가, 다이내믹한 동작을 요구하는 에너지 요가, 요가에 발레의 요소를 가미한 필라테스 요가 등이 50분씩 강사의 지도로 이뤄진다. 이 피트니스센터는 요가 프로그램 덕분에 회원의 이탈을 방지하고 새 회원 유치에도 재미를 보고 있다.

여성 전용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인터넷 업체는 올해 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요가 교실을 개설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조사 결과 사이트 이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 30대 여성이 요가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멋쟁이가 많아 일본의 유행을 주도하는 도시로 정평이 난 나고야 시의 경우 2년 사이에 10여 곳의 요가 교실이 새로 문을 열었다. 도쿄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걸리는 군마 현 다카사키 시에선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한 요가 교실에 정원의 3배가 넘는 수강생이 몰려 주최 측이 탈락자들을 돌려보내느라 곤욕을 치렀다.

요가가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들도 요가 관련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스포츠의류 업체는 최근 도쿄 시내에 요가 교실과 요가웨어 판매점을 겸한 제1호 점포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10여 개로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테니스나 골프 등 과거 인기를 끌던 종목의 인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구매력을 갖춘 20, 30대 여성에게 불고 있는 요가 붐은 레저 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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