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장관의 방일 계획 취소는 오키나와(沖繩) 현에 있는 미 해병대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미일 간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은 오키나와 나고(名護) 시 슈와브 기지 내로 옮겨야 한다고 했으나 미국 측은 슈와브 기지 앞 해안에 비행장을 건설하겠다고 맞서 왔다.
8월 비밀리에 방일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일본이 고집을 꺾지 않자 “일본 측의 의사결정자가 누구냐”고 다그쳤고 이에 일본 관계자들도 “총리 관저”라고 응수하며 물러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9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미군 재편 실무자회의에서도 기존 안을 고집해 미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럼즈펠드 장관의 ‘일본 건너뛰기’는 일종의 길들이기 전략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역대 최고의 밀월관계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이가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일본은 미국의 반발이 예상외로 크자 서둘러 이달 말(29일) 양국 외무·국방장관이 참여하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를 열자고 미국 측에 제의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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