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상대회 개막]2조달러 주무르는 '큰손'들 왔다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반만년을 쌓아온 우정, 미래에도 굳건히 이어가자.”

화상(華商)들의 비즈니스 축제인 제8차 세계화상대회가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화상과의 동반성장, 지구촌의 평화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거물급 화상 250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국내 업계에서도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500명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도전적이고 의욕적인 한국 기업은 신용과 명예를 존중하는 화교자본의 훌륭한 협력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멍푸(黃孟復) 중국 전국공상업연합회주석은 축사를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환경을 조성하자”고 제의했다.

이어 한성화교학회 학생 50여 명이 대회 엠블럼인 ‘청사초롱’을 들고 입장하며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과 ‘모리화’를 합창했다. 한국 첨단 정보기술(IT)의 상징인 로봇 ‘휴보’가 청사초롱에 점등하면서 2박3일의 대회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 대회 참석한 대표적 화상들의 성공스토리

이번 대회에 참석한 화상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풍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을 사들이는 등 왕성한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각국에 정착해 오늘날 거부(巨富)로 성장하기까지 숱한 인고와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주요 화상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 열정과 의지의 화상들

2003년 하이닉스의 LCD부문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한국에 알려진 BOE그룹의 왕둥성(王東升·48) 회장은 중국에서 떠오르는 사업가다.

30대에 그룹을 설립한 왕 회장은 전통적인 전자부품 회사를 국제적인 하이테크 기업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가자’는 취지로 회사 이름을 ‘베이징 오리엔트 일렉트릭 그룹’의 약자를 따 ‘BOE 테크놀로지 그룹’로 바꿨다.

그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열정이 없는 직원은 뽑지 않는다”는 인사철학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이자 부동산·무역업체인 호비(Ho Bee) 지주회사의 차이톈바오(蔡天寶·57) 회장은 실업자로 전락했다가 다시 일어선 오뚝이 사업가.

그는 부동산개발 사업을 하다 1980년 대 초 오일쇼크로 단숨에 백수로 전락했지만 이후 무역업으로 재기하면서 지금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우뚝 섰다.

필리핀 항공을 소유한 루시오탄 그룹의 천융짜이(陳永栽·71) 회장은 개인 재산이 19억 달러에 이르는 필리핀 최고 부자. 올해 동남아 40대 부호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루시오탄 그룹은 담배, 맥주, 은행,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를 포괄하는 거대 기업군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계화상대회는

1991년 리콴유(李光耀) 당시 싱가포르 총리가 창설을 주도한 화상대회는 당초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화상들이 모이는 사교 모임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화상대회는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는 행사로 변모했다. 세계 6000만 화교 인구의 네트워크와 이들이 가진 약 2조 달러(약 2000조 원)의 자금력 때문이다. 화교 자본의 파워는 화상대회를 치른 캐나다와 호주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해인 1997년 화상대회를 유치한 캐나다는 홍콩 화교들의 대거 이민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았다. 개최지였던 밴쿠버는 ‘홍쿠버’(홍콩과 밴쿠버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

1999년 대회를 연 호주 멜버른 역시 홍콩과 대만 화교자본을 대거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화상대회 유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제6회 난징(南京)대회 무렵부터다.

한국은 화교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화교단체의 협력에 힘입어 일본 나고야(名古屋)로 잠정 결정됐던 8차 대회 개최지를 한국 서울로 뒤집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화교(華僑)와 화상(華商):

화교는 중국에 살지 않는 중국계 민족으로 보통 대만, 홍콩, 마카오 인구를 포함한다. 중국의 기업가는 화교가 아니지만 최근 ‘범 중국계 자본’이라는 의미의 화상으로 분류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