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첫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의 대처’ 꿈꾼다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쿠오바디스 도이칠란트(독일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사회 경제적으로 표류하는 조국의 진로를 거듭 물어온 앙겔라 메르켈(51·사진) 독일 기독민주연합(CDU) 당수가 독일 차기 총리로 확정돼 ‘독일호(號)’의 방향타를 잡게 됐다. 이로써 그는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이기도 하다.》

메르켈 차기 총리는 1954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거주이전이 자유롭던 당시 목사인 아버지가 베를린 북쪽 교외의 소읍인 템플린에 부임하면서 한 살 때 ‘동독 시민’이 됐다. 이런 특이한 이력은 그가 정치적 신념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사찰과 인권침해가 거듭되는 동독 현실에 혐오감을 느끼며 자란 그는 라이프치히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978년부터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등 일찍이 과학자의 삶을 살아왔다.

그가 정치적 활동에 눈뜨게 된 것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부터. 이해 그는 동독지역에 결성된 ‘민주 변혁’에 가입했고 기민련 소속 로타어 데메지에르가 동독 총리로 선출되자 새 정부의 부대변인이 됐다. 통일 이후 빠른 판단과 열정으로 헬무트 콜 총리의 눈에 띈 그는 ‘콜 총리의 정치적 양녀’란 평을 들으며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 환경부 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때까지 콜 총리의 우산 아래 놓여 있던 그는 1998년 콜 총리를 비롯한 기민련 지도부가 ‘비자금 스캔들’로 위기에 몰리고 기민련이 야당으로 전락한 뒤 콜 총리의 정계 은퇴를 앞장서 주장하는 ‘저격수’로 변신했다.

2000년 최초의 여성 당수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그는 기민련의 ‘이미지 개선용 대타(代打)’로 취급됐지만 곧 원내총무까지 겸임하며 당을 빠르게 장악했다.

7월 잇단 지방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조기총선 선언은 그에게 마침내 날개를 달아주었다. 드레스덴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대연정 협상에서 사민당을 강력하게 압박해 마침내 승리를 얻어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흔히 ‘기민련보다 더 우파적’이라고 일컬어진다. 특히 기업의 자유로운 해고와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한 노동 관련법 정비, 친기업적 세제 개편을 앞장서 주장해 왔다. 대미 관계에 있어서도 그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을 지지하며 슈뢰더 총리의 반미적 행보를 예리하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의 정치적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으로부터 총리직 양보를 얻어냄에 따라 그 대가로 상당한 정책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걸림돌을 딛고 그가 독일병을 치료해 ‘독일의 마거릿 대처’로 역사에 남을 수 있을까. 세계가 그의 정치력에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앙겔라 메르켈은

▶1954년 서독 북부 함부르크에서 출생 ▶1954년 동독 지역 템플린으로 이주 ▶1978년 라이프치히대 졸업 ▶1978년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 연구원 ▶1989년 ‘민주 변혁’ 가입 ▶1990년 동독 정부 부대변인 취임 ▶1994년 환경부 장관 취임 ▶1998년 기민련 사무총장 취임 ▶2000년 기민련 당수·원내총무 취임 ▶2002년 기민련 당수·원내총무 재선 ▶2005년 독일 최초 여성총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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