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국민 330만 명 중 13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이번 선거는 아프리카 내전 종식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89년 라이베리아에서 시작된 유혈 내전은 시에라리온, 기니, 코트디부아르로 확대되면서 아프리카 서부 전역이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다. ‘내전의 핵’으로 통하는 라이베리아에서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포성이 그치지 않고 있는 주변국들의 평화 정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2003년 14년에 걸쳐 20만 명의 사망자를 낸 내전을 끝낸 후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에는 500여 명의 국제감시단이 파견됐다. 선거 참관을 위해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폭력 사태는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22명의 후보가 나선 이번 대선에서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한 조지 웨아(39) 후보와 하버드대 출신의 여성 정치인 엘렌 존슨 설리프(66)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은 “‘프리미어리그’ 대 ‘아이비리그’의 대결”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직접선거로 50% 이상의 표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킹 조지’로 통하는 웨아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베리아 축구 영웅. 내전 기간에도 정부군과 반군은 그가 출전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임시 휴전을 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반면 라이베리아 재무장관과 세계은행 국장을 지낸 설리프 후보는 정치 경력에서 웨아 후보를 훨씬 앞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그의 편이다. 그러나 라이베리아 내전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에게 과거 협력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자들이 많이 떨어져나갔다.
웨아 후보와 설리프 후보는 선거유세 기간에 빈곤 타개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국가인 라이베리아는 오랜 내전을 거치면서 인구의 67%인 230만 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며 수도 몬로비아조차 수돗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데이비드 캐럴 미국 카터센터 연구원은 “올해 7월 G8(선진 7개국+러시아)회의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원조를 약속한 서방국가들은 라이베리아의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이 아프리카의 산적한 정치 경제적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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