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일 베이징(北京)의 중국군사과학원 연설에서 중국의 핵 공격 능력 강화 동기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피력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18일부터 사흘간의 방중 기간에 ‘워싱턴 매파’의 핵심 인물답게 연일 중국의 비위를 긁는 발언을 쏟아낸 뒤 이날 한국으로 떠났다.
그는 방중 이틀째인 19일 중국 공산당 간부양성학교인 중앙당교 연설에서는 “많은 국가가 중국의 투명하지 않은 군사력 팽창 속도와 규모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언론과 정보 선택의 자유 제한은 ‘또 하나의 만리장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베이징 도착에 앞서 기내에서는 “중국이 왜 지금과 같은 속도로 국방에 노력을 경주하는지, 왜 군사력 팽창을 인정하지 않는지 대단히 흥미롭다”고 말했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로 작심한 듯했다.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응수했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중국이 적절한 수준에서 무기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제3국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국 간의 치열한 설전에도 불구하고 럼즈펠드 장관의 이번 방중은 중-미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그의 방중 기간 중 전략 핵미사일을 관장하는 제2포병 부대를 보여줬다. 이 부대를 외국에 공개한 것은 부대 창설 39년 만에 처음이다. 또 차오강촨(曹剛川) 국방부장이 직접 중국 국방예산의 축소·은폐설을 부인하는 등 미국 조야의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는 데도 힘썼다. 전례 없는 일이다.
재미(在美) 중국문제 전문가 선다웨이(沈大偉) 씨는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미 간 전략관계는 갈수록 악화돼 왔다”며 “럼즈펠드 장관의 방중은 양국이 대화를 통해 상호 의도를 직접 파악하겠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대한 상호 불신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대화를 통해 갈등과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한 차례 방문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8월 첫 정례 전략대화에 뒤이은 럼즈펠드 장관의 방중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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