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 예산안 감독 소위원회 의장인 피트 도메니치(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에너지부의 2006 회계연도 예산안 중 벙커버스터 관련 예산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계자도 “벙커버스터 개발 예산이 삭제됨에 따라 이제 국방부와 함께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지하 관통 무기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감춰진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을 위해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가 목표물을 파괴하는 전술핵무기. 부시 행정부는 출범 이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등을 통해 선제공격론에 기반을 둔 새로운 핵 정책을 수립하면서 벙커버스터 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국내외에서 세계적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 상원의원은 “벙커버스터는 다른 국가들에 핵 경쟁을 부추기고 차세대 핵무기 개발이 시작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미 행정부가 그동안 과감하게 추진해 온 새로운 핵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최근 선제공격용 전술핵무기 개발을 핵심 내용으로 한 새로운 ‘핵 독트린’ 초안을 공개한 바 있어 최종 발표에선 내용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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