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고급두뇌 줄줄이 선진국 유출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4분


아프리카와 중남미 빈국에서 대졸 이상 고급 인력이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세계은행이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국제이민, 송금, 두뇌 유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92개국의 대졸 이상 학력자의 이민 비율을 조사한 결과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선 대졸자 중 40%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자메이카(85.1%) 아이티(83.6%)의 경우 대졸자의 80% 이상이 빠져나갔으며, 50% 이상 빠져나간 국가도 22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의료, 행정, 산업 등 고급 기술을 보유한 국가의 운영과 복지를 책임질 인재라는 것. 특히 대졸자가 전체 인구의 4%대에 불과한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서 대졸자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핵심 중의 핵심’ 인력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도 비율은 낮지만 절대수치로 보면 대표적인 두뇌 유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인 대졸자 수에서 해외로 나간 한국인 대졸자 수를 뺀 ‘순유출’ 인원이 60 만여 명에 이르러 멕시코(78만여 명)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탈출 러시가 국가 경영능력 상실로 이어져 저발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데비시 카푸어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이는 전문가의 손실뿐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이들 고급 인력이 귀국하거나 모국에 투자를 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들의 모국 송금이 빈국의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 또 우수 인재가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국제사회에서 모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외화 획득 차원만 고려하면 저숙련 노동력을 수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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