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26일 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 온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비행기지 이전에 합의함에 따라 주일미군 재편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미일 양국은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두 나라의 외무,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일명 ‘2+2 회의’)를 열어 △주일미군 기지의 역할 재조정 △미군과 자위대의 합동훈련 확대 △군 기지의 공동 이용 등을 골자로 한 미군 재편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미국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일부 병력의 철수와 훈련 장소 변경을 받아들인 대신 육군 1군단사령부의 일본 이전 등을 통해 동아시아 정세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는 효과를 챙겼다.
▽미국, 오키나와에서 양보=오키나와는 미군 주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곳이지만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할 전략 요충지라는 점에서 미국도 포기할 수 없는 지역.
이에 따라 미일 양국은 인구 밀집지에 들어서 민원이 끊이지 않은 후텐마 기지를 해안으로 옮기고 오키나와 남부의 미군 시설 4곳도 한 곳으로 합치기로 했다. 미 공군 전력의 핵심인 후텐마 기지를 인적이 뜸한 곳에 설치하되 부족한 활주로는 바다를 메워 충당하자는 일본 측 절충안을 미국이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합의로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3원정군사령부가 괌으로 이전하고 해병대 병력 중 4000∼5000명도 감축된다. ▽미일 군사동맹 가속화=주일미군 재편의 특징은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부가 같은 기지를 함께 사용토록 해 미일 군사 일체화의 길을 텄다는 점. 전문가들은 대표적 사례로 미 서부 워싱턴 주에 있는 육군 1군단사령부의 일본 이전과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의 미 공군 요코타(橫田) 기지 이전을 꼽고 있다.
미 육군 1군단사령부는 수도권인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자마(座間) 기지로 옮겨 주일 미육군사령부의 기능을 겸하는 한편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지역 분쟁에도 대처하게 된다. 일본 언론들은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자마 기지에서 전시 상황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육상자위대의 중앙즉응 집단사령부를 자마 기지에 설치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의 조치로 해석된다.
또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가 주일 미공군의 지휘탑 역할을 해온 요코타 기지로 이전함에 따라 양국은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관련해 상시적인 정보 공유 체제를 갖추게 됐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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