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은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게이트)으로 기소돼 28일 사임함으로써 분신(分身)과도 같은 최측근 심복을 잃었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리크게이트 특별검사가 이날 공개한 22쪽의 리비 전 실장 기소장에는 체니 부통령에 대한 언급이 3차례나 나온다. 그는 리비 전 실장에게 최초로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 씨에 관해 얘기한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리비 전 실장의 부재가 체니 부통령 보좌진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비 전 실장은 체니 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면서 국내외 정책 수립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비서실장이었다.
체니 부통령은 조만간 새 비서실장을 기용하겠지만 능력은 제쳐 두고 최소한 체니 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는 리비 전 실장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리비 전 실장은 매일 아침 체니 부통령과 같은 승용차로 출근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앞으로 리비 전 실장에 대한 재판이 열리게 되면 체니 부통령이 증인으로 소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이 리크게이트에 더 깊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그의 영향력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최악의 경우 사임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도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부통령학 전공인 폴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확고할 것 같다”면서도 “이번 스캔들은 주로 백악관 밖에서의 체니 부통령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공화당 인사는 “체니 부통령의 위상은 백악관에서 너무나 중요한 만큼 이번 스캔들로 영향력이 줄어들 순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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