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형제처럼 지냅시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빼냈다가 9년간 수감 및 억류 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김채곤·金采坤·65) 씨와 김 씨에게서 기밀문서를 넘겨받았던 백동일(白東一·57) 예비역 대령.
성공한 재미동포로, 전도유망한 한국 군인으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이 고통과 회한의 시간을 뒤로한 채 9년 만에 상봉했다.
6일 오후 5시 15분경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선 김 씨는 꽃다발을 들고 마중 나온 백 씨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곧이어 백 씨가 김 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자 김 씨는 백 씨를 다독였다.
이들은 1995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해군정보교류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김 씨는 당시 미국 해군 정보국(ONI) 정보 분석가였고 백 씨는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이었다.
북한 핵문제 등으로 많은 대북 정보가 필요했던 백 씨는 이후 자연스럽게 김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김 씨는 업무상 접하는 북한 관련 정보를 백 씨에게 건네줬다.
김 씨가 건넨 정보는 기밀문서이긴 했지만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 등에 제공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1996년 9월 워싱턴 미군기지에서 열린 한국대사관 무관부 주최 ‘국군의 날’ 리셉션에서 백 씨의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김 씨는 백 씨의 눈앞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곧바로 한국으로 소환된 백 씨는 자신의 월급을 모아 변호사 비용을 보태는 등 김 씨의 구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김 씨는 결국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백 씨 또한 한직을 떠돌다 진급을 하지 못하고 예편했다.
김 씨는 7일 부모의 산소가 있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묘지인 영모원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24일까지 19일간 고국에 머물며 수감시절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 조용기(趙鏞基) 목사,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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