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공식 포고령을 통해 파리를 포함한 30여 개 도시에 비상사태를 발동했다. 각 지방자치 단체는 자체 결정에 따라 통금 실시, 공공집회 금지, 요주의 인물 가택연금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9일 0시를 기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이번 대책에 따라 북부의 아미앵은 8일 처음으로 통금 조치를 실시해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동행인이 없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통행을 금지했다. 통금령을 어기면 최고 2개월의 징역에 처하거나 37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밖에 오를레앙, 르아브르, 루앙, 엘뵈프 등이 통금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체 폭력 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일부 도시의 소요는 여전히 과격한 양상을 띠었다. 리옹에서는 지하철역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파드칼레 지방에선 소요 군중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그라스에선 지역 신문사가 방화 피해를 보았다.
또 이번 주말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 대로에서 소동을 벌이자는 내용의 e메일이 포착돼 경찰이 메일 발신자 추적에 나섰다.
정부는 ‘당근’책도 내놓았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는 8일 하원에 출석해 반(反)차별기구 설치, 교외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2만 개 제공, 교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에 1억 유로 지원,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15개 특별경제구역 창설 등 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6일에 이어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차량 11대가 방화 피해를 보았다. 벨기에에서도 브뤼셀 앤트워프 겐트 등지에서 차량 10대가 불타 3일째 방화가 계속됐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美 보수언론들 佛비꼬기 나서▼
“점잖은 체하면서 얕잡아 보고, 잘못한 일은 잽싸게 지적하더니….”
이제 ‘복수’할 때가 온 것일까. 미국 언론과 비평가들이 프랑스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를 고소해하는 것 같다고 독일 DPA통신이 9일 보도했다.
미국의 보수적인 신문들은 유럽의 독선(獨善)과 복지사회 경제모델 때문에 이민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매일 밤 파리 외곽은 이민자 통합에 실패한 유럽의 축소판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2개월 전만해도 프랑스인들은 뉴올리언스 사태를 공포 어린 시선으로 주시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TV 방송들은 차량이 불타는 장면을 끊임없이 내보냈다. 폭스TV 뉴스는 “바그다드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미 우파로서는 무슬림 이민자가 많은 유럽 국가에서 폭력사태가 불거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사회에 통합되기 어려운 이민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도 유럽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유럽이 국제 테러의 ‘온상’이라는 비난도 있다.
미국의 시사평론가들은 “사회문제나 정부의 서투르고 냉담한 대처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프랑스 폭동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까지 많은 프랑스인은 자신들의 사회 모델이 우월하기 때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올리언스에서 빚어졌던 것과 같은 혼란이 프랑스에서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프랑스 정부가 이라크전쟁에 반대해 온 이유 중 하나가 ‘주요 도시의 무법천지 외곽마다 동화되지 못한 채 펄펄 끓는 수백만 명의 무슬림 청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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