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1989년 APEC 출범 당시에는 소극적이었다.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 경제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APEC에 가입은 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과 유럽공동체(EC·현재는 EU)와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UR 협상이 난항을 겪자 미국의 APEC 정책은 점차 적극적으로 변했다.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는 APEC를 통해 당시의 폐쇄적 지역주의 추세를 저지하려는 의도였다.
미국은 APEC를 장기적으로 자유무역지대, 즉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일찍부터 매우 적극적이었다.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대외정책의 기본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우월한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역내 무역자유화가 일본의 경제적 이해와 일치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이 APEC의 주도권을 장악해 일본의 취약 부문인 금융과 농산물 분야에서 개방 압력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안정적 경제 개혁과 세계 경제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APEC를 통한 다자간 관계 증진에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통상 압력에 대해 APEC의 개도국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도 있다.
난사 군도 및 대만 문제에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국으로선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APEC가 지역 경제블록으로 발전하면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제협력체 이상으로의 발전에는 부정적이다.
▽아세안=APEC 출범 전부터 이미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던 아세안은 APEC를 상당히 경계했다. 선진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세안의 무역 중 70% 이상이 APEC 국가에 집중돼 있는 데다 주요 투자국도 대부분 APEC 회원국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 APEC의 협력사업에 적극 참여해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얻어 내려는 전략이다. 다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자유화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한국=APEC를 통해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주요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국제적 협상력과 발언권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다자간 협의체제인 APEC에서의 입지 확보는 한반도 안보 여건 개선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APEC 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평화증진 방안도 논의된다.
부산=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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