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관 “한국근무는 세계로 통하는 문”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이 인기 있는 근무지로 부상하고 있다. 도쿄 중심부 가스미가세키에 자리한 일본 외무성 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이 인기 있는 근무지로 부상하고 있다. 도쿄 중심부 가스미가세키에 자리한 일본 외무성 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이 인기 근무지로 부상하고 있다.

업무의 중요도가 높고 본국과 가까우며 생활여건도 좋기 때문이다. 한류 붐도 나름대로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도 역시 중요한 것은 한국 근무가 외교관으로서 경험을 쌓고 나름의 출세 가도를 달리기에 좋은 조건이라는 점이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한국을 통해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외교관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는 것.

2000년 일본 외무성에 들어간 여성 사무관 오쿠 나쓰코(奧奈津子) 씨는 “전공언어를 5지망까지 선택하게 되는데 동기 60여 명 중 10명 이상이 한국어를 제1지망으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워낙 ‘차이나 스쿨’이 탄탄해 국외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반면 서울은 미국, 유럽 등에서 근무한 외교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지망자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에서도 한반도를 담당하는 동북아시아과는 일이 가장 많고 바쁜 부서로 정평이 나 있다.

외무성의 한국 근무 경험자들도 “주한 일본대사관이 세계 각국의 어느 공관보다 바쁘고 일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해외근무의 장점으로 꼽히는 시간 여유나 가족과 오붓한 생활 즐기기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같은 인접국으로 마찰이 잦은 중국 주재 대사관보다 주한 대사관 쪽이 더 바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은 업무에 대한 주목도가 높고 큰 잘못 없이 일을 처리하면 근무를 마친 뒤 인사, 승진 등에서 유리하다.

시모지 도미오(下地富雄) 주한 일본공보원 서기관은 “과거에도 한국 근무 뒤 본국에 돌아가 요직을 거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소개했다.

10여 년 전 공사를 지낸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씨는 외무성에 돌아가 사무차관을 지냈다. 외무성 차관과 주미대사를 거친 뒤 현재는 국제해양법 재판관으로 일하고 있는 야나이 온지(柳井俊二) 씨도 한국 공관 근무 경력이 있다. 이 밖에 서울에서 공사급으로 일한 뒤 본부에서 주요 국장을 맡은 경우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은 워싱턴, 베이징(北京), 모스크바와 함께 일본 외무성의 4대 주요공관으로 꼽힌다. 시모지 서기관은 “3등 서기관급 이상만 보면 한국은 50여 명으로 미국(100여 명), 중국(70여 명), 유엔(60여 명), 인도네시아(50여 명)의 다음이지만 국가 규모나 인구 대비 규모로는 최고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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