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구입비에 딸 파티비까지… 美의원 수뢰 “해도 너무했네”

  • 입력 2005년 12월 1일 03시 01분


랜디 커닝엄 하원의원
랜디 커닝엄 하원의원
미국에서 남자다운 남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영화배우 존 웨인의 별명은 ‘듀크(Duke)’. 바로 그 웨인과 같은 별명을 지녔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정치인.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쟁에 참가했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위만큼은 막아 달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던 정치인.

공화당 랜디 커닝엄 하원의원이다. 그가 지난달 28일 샌디에이고 법원에서 수뢰 혐의를 인정한 뒤 눈물로 잘못을 비는 장면은 평소 TV 카메라에 비치던 듀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자에서 그의 수뢰 목록을 언급하며 “우락부락한 참전 용사치고는 취미가 섬세하다”고 꼬집었다.

그가 받은 뇌물은 모두 240만 달러 규모. 군수업자 2명이 국방부 문서 디지털화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건넨 게 대부분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그의 수뢰 행각은 2000년 10만 달러를 개인 수표 2장으로 받으면서 시작됐다. 2001년 그가 워싱턴 외곽 알링턴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업자들이 20만 달러를 송금하기도 했다.

가장 큰 뇌물은 주택을 비싸게 판 뒤 정상가격에 되사는 방식으로 받았다. 커닝엄 의원은 샌디에이고 외곽 델마 지역의 집을 2003년 말 시세보다 70만 달러나 비싼 167만5000달러에 팔았다. 집을 산 사람은 군수업자. 커닝엄 의원은 1년 뒤 97만5000달러에 이 집을 되샀다. 샌타페이 지역에서 구입한 다른 저택의 잔금 52만5000달러 역시 업자가 지급했다.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 구입비 일부도 뇌물이었다. 업자들은 2002년 커닝엄 의원이 롤스로이스를 사들이자 “차량 구입에 보태 쓰라”며 1만3500달러를 건넸다. 그뿐만 아니다. 한 달쯤 뒤에는 차 수리비 1만7889달러를 대신 지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 루이-필립 시대(1850년대)의 옷장(7200달러), 골동품인 세면대, 침대 옆에 놓는 사이드 테이블 3점을 사들이는 데 대략 1만2000달러를 썼다. 역시 뇌물이었다. 대형 화면에서 레이저 총으로 실내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장비 두 세트(9200달러)도 받았다.

2004년 워싱턴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딸의 대학 졸업식 파티 비용 2081달러도 군수업자가 대신 부담했다.

그는 2002년 이후 워싱턴에서 머물 때면 포토맥 강변에 있는 요트 ‘듀크-스터’호에서 지냈다. 이 요트 역시 군수업자가 무료로 제공한 것이었다. 또 그가 소유한 ‘켈리 C’라는 보트(약 60만 달러)도 뇌물로 받은 것이었다.

커닝엄 의원은 샌타페이 저택, 현금 180만 달러를 헌납하기로 약속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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