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이 한 대학병원의 악덕 바가지 치료비 문제로 떠들썩하다.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에 사는 웡창(翁强) 씨는 6월 1일 악성림프샘 종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하얼빈의대 제2부속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다.
의사는 아버지 치료에 필요하다며 매일 처방전을 써주며 각종 약품을 사오라고 웡 씨에게 요구했다. 요구하는 약이 너무 많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웡 씨는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에 주변에 빚을 내서 의사가 시키는 대로 병원에 약을 공급했다. 66일 동안 약값만 400만 위안(약 5억2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나 웡 씨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부친은 8월 6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입원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부친이 숨진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병원 측이 내놓은 입원치료비 청구서에 웡 씨는 깜짝 놀랐다.
선진국 병원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금액이 나온 것. 병실료만 하루 2만1000위안(약 273만 원)씩 쳐서 139만7000위안(약 1억8000만 원)이었고, 응급진료비가 10여만 위안이었다.
웡 씨는 병원 측이 보여 준 치료 명세서에 그만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입원 기간에 무려 3025차례(하루 45.8회)나 각종 검사를 한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 치료 명세에는 66일 동안 혈당검사 588차례(하루 9회), 신장기능검사 299차례(하루 4.5회), 혈압측정 379차례(하루 5.7회)를 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또 수혈은 968차례(하루 14.7회)였고 링거 혈당주사는 1692차례(하루 25.6회) 한 것으로 돼 있었다. 특히 수혈량은 7월 25일 하루에만 무려 70.8L였고 8월 1일에는 69.3L였다. 심지어 부친이 숨진 이틀 뒤 가래검사를 한 기록도 있었다.
웡 씨는 “정상적인 사람에게도 이 정도 수혈을 하면 죽을 것”이라며 따졌지만 병원 측은 “수혈할 때 충분히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우겼다. 웡 씨는 분한 마음에 관계 기관과 언론사 100여 곳에 진정서를 보냈고 최근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러자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인술을 빙자해 양심을 팔아먹는 병원과 의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빗발쳤다.
결국 최고 감찰기구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무원 감찰부, 공안부가 지난달 30일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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