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1년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출생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변덕스러운 연인의 마음. 상대를 속속들이 알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품는 순간 당신의 구애는 실패하고 만다. 집착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 그러나 양극단의 감정. 상대의 기를 질리게 한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모르게 되는 이율배반.

일찍이 부처님은 만법은 오로지 마음에서 생기고 마음을 따라 사라진다고 설파했다.

절대 진리를 부르짖어온 과학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독일의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 1901년 12월 5일은 그가 태어난 날. 31세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그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고전 물리학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든 혁명에 성공한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하는 실험. 우리가 보통 빛으로 부르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사물을 보듯이 전자는 감마선 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감마선이 전자에 닿는 순간 전자의 위치는 일명 콤프턴 효과 때문에 간섭을 받게 된다. 빛의 입자성을 설명하는 사례. 전자의 위치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게 되지만 운동방향과 속도, 즉 운동량의 측정은 엉망이 되고 만다.

반대의 경우 감마선을 약하게 쬐이면 운동량은 근사치를 낼 수 있지만 이젠 위치 파악이 힘들어진다.

인간의 관측이 개입되면 존재의 최소 단위인 양자의 움직임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알쏭달쏭한 미립자의 세계. 결국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불확정성의 원리. 수천 년간 세상을 지배해 온 결정론적 세계관은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대표 이론인 불확정성의 원리가 발표되면서 백기를 들게 된다.

물질과 에너지는 같은 본질의 다른 형태란 게 상대성 이론. 물질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게 양자역학.

이제 인간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버금가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관찰자와 분리돼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관찰을 위한 실험상황, 즉 인식행위에 따라 실체가 바뀌는 불확정성.

이제 과학은 종교와 철학이 말하던 신비로운 영역의 입구에 와서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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