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여성인권대사의 인권여행]<上>방글라데시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강금실 여성인권대사가 지난달 26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 빈민촌에 위치한 모자보건센터를 방문했다. 한국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는 한 달 수입이 10만 원에 채 못 미치는 최극빈 가정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모자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카=정효진 기자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강금실 여성인권대사가 지난달 26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 빈민촌에 위치한 모자보건센터를 방문했다. 한국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는 한 달 수입이 10만 원에 채 못 미치는 최극빈 가정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모자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카=정효진 기자
《이번 주(12월 5∼10일)는 ‘인권주간’이고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본보는 인권주간을 앞두고 강금실(康錦實·전 법무부 장관) 여성인권대사의 ‘아시아 최빈국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인권 여행’을 동행 취재했다. 이들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은 빈곤과 전쟁, 재해, 폭력이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 속에 갇혀 있다. 강 대사와 함께 ‘희망의 언어’로 아시아 여성들을 만나 보는 시리즈를 3회 연재한다.》

“인간이 악(惡)하기보다는 약(弱)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을 위한 폭력이 소수자와 약자를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여성 인권 상황을 돌아본 강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사는 “극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해야 인류의 참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걸로 연명=방글라데시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한 곳. 하루 1달러도 못 버는 극빈층이 40%에 달한다.

수도 다카의 빈민촌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빈민촌. 이곳 거주민들은 한 달 5만 원의 집세를 내지 못해 2, 3가구가 10평도 되지 않는 작은 슬레이트 집에서 함께 산다.

다카=정효진 기자

영국 런던정경대(LSE)는 1998년 행복공식을 만들어 나라별 행복지수를 산출해 방글라데시를 행복지수 1위 국가로 꼽았다. 이후 방글라데시는 행복이 부(富)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례로 인용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도착한 첫날. 이곳의 ‘행복지수’는 물질적 풍요로 ‘생존’이라는 단어를 잊은 서구인의 눈으로 바라본 허구에 불과한 것 같았다.

빈민촌 입구는 악취가 가득했고 아이들은 오물이 떠다니는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빈민촌 안에는 슬레이트로 허술하게 지은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이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한국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모자보건센터의 조남혜 씨는 “화장실도 없는 데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 아이들의 영양과 보건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성 문맹률 70%=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배움’은 낯선 단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여성의 문맹률은 70%를 넘는다.

가난 때문에 부모들이 딸을 14, 15세에 결혼시켜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 결혼 전에도 집안 생계 때문에 정규 교육과정을 배우지 못한다. 결국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낮은 교육 수준 때문에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150달러가 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개발협회(KDAB)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르푸르 초등학교 엄명희 교장은 “여학생들은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수업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학교에 가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행상을 하거나 구걸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해 염산 폭력 피해 여성 500여 명=방글라데시의 염산 폭력 피해 여성은 매년 500명이 넘는다. 소매점에서 1원 정도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염산은 방글라데시 여성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모니라(14) 양은 잠을 자던 중 옆집 청년이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뿌린 염산에 얼굴과 가슴, 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아르피나(15) 양은 어린 나이에 현 남편의 네 번째 부인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과 다른 부인들의 학대에 못 이겨 친정으로 도망갔다가 쫓아온 남편이 뿌린 염산에 자신은 물론 옆에서 잠을 자던 아들까지 화상을 입었다.

염산피해여성재단의 니하리카 모마츠 씨는 “청혼을 거절하거나 남편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1960년대부터 염산 폭력 피해 여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한국에서 인권은 ‘투쟁을 통한 쟁취’의 대상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호막”이라며 “아시아 여성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카=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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