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유서 깊은 셰프첸코대 강당. 취임 후 처음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학생들에게 강조한 말의 요지다.
소련과 동유럽을 전공한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답게 라이스 장관과 학생들의 대화는 마치 교수가 제자들의 상담에 응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 학생이 대학 시절 소련과 동유럽을 전공한 동기를 물었다. 라이스 장관은 피아니스트가 되려다가 포기한 과정과 함께 자신의 대학 시절 얘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러시아 혈통도 아니고, 당시 소련에 가본 적도 없었지만 소련에 대해 너무너무 흥미가 있었다. 그것은 뭐랄까 사랑과도 같은 것이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51세의 미혼인 라이스 장관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라고 말해 주고 싶다”면서 “흥미를 갖고 있으면 그것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많은 피아노 연주대회에 나가면서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을 계속 만났는데 내가 17세 정도였을 때 그들은 11세였다”면서 “그들처럼 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인생의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어린 시절 미국 남부에서 있었던 인종차별을 설명한 뒤 “그러나 부모님은 내게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면 누구도 너를 방해할 수 없다’고 하셨다”며 부모에게 공을 돌렸다.
2008년 대통령 출마설이 나오자 그는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국무장관이라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대통령직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서 거의 확실하게 나는 대통령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지 않다”고 그동안 해온 답변을 반복했다.
그가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 부정에 평화적 시위로 맞선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을 평가할 때는 학생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은 “여러분은 우크라이나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현재다. 여러분의 학업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이날 라이스 장관과의 대화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만 참가해 영어로 진행됐다. AP통신은 이날 라이스 장관이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가진 데 대해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반미 여론에 맞서 인간적인 모습의 미국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국무부의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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