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항서 폭탄위협 승객 사살… 정당성 논란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배낭에 폭탄을 갖고 있다고 위협하던 한 승객이 7일 연방 항공보안관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 항공기 기내나 주변에서 테러 의심 용의자에 대한 총격이 발생한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륙 준비 중이던 아메리칸항공(AA) 924편 기내에서 한 승객이 배낭에 폭탄을 갖고 있다고 위협하며 항공보안관의 제지에 불응해 부득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코스타리카계 미국인 리고베르토 알피사르(44) 씨로 확인됐다.

한 목격자는 “뒤쪽 좌석에서 한 남자가 ‘폭탄이 든 배낭을 갖고 있다’고 소리치며 통로를 따라 앞쪽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부인인 듯한 여자가 뒤따르며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이 오늘 약을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명의 항공보안관은 알피사르 씨를 비행기와 공항 건물을 잇는 승강통로 쪽으로 유도했다. 그러나 알피사르 씨가 배낭을 내려놓고 바닥에 엎드리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배낭에 손을 대자 보안관들이 즉시 사살했다. 한 목격자는 이 과정에서 4, 5발의 총탄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들 항공보안관은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기내의 수화물 모두에 폭발물 검사를 하고 가방 2개를 폭파시켰으나 폭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안보부는 조직적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8일 폭탄 소지 혐의자가 총을 맞은 뒤 폭탄을 터뜨리면 다른 승객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며 이번 ‘즉각 사살’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미국의 항공보안관은 1970년에 도입돼 33명으로 운영됐으나 9·11테러 이후 대폭 강화돼 현재 수천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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