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세계 정치, 경제, 안보체제를 어떻게 구축했는지를 중국이 직접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7,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전략대화에서 무역, 지적재산권, 위안화, 대만 문제를 비롯한 현안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중동 정세, 유엔 개혁 등 다양한 국제문제도 논의했다.
그러나 어럴리 부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정책을 합의하기보다는 양국이 공평한 기초 위에서 어떻게 국제관계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이번 전략대화는 중-미 간의 현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양국 관계에 대한 전략의 틀을 새로 짜면서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미국의 주문을 담은 자리였다.
핵심은 졸릭 부장관이 제시한 ‘미국과 중국은 국제 협의와 제도, 협력체제에서 중요한 이익상관자(important stakeholder)’라는 말로 요약된다.
▶본보 8일자 A18면 참조
중국이 국력의 상승만큼 국제규범에 발맞춰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옛집 안내 일정도 같은 맥락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화가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종전의 포위 견제 전략에서 중국을 현실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그러나 황징(黃靖) 미 부르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이익상관자’ 개념이 대단히 모호한 만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양국 간의 더욱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더불어 새로운 국제체제를 건설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중국이 미국 주도의 현 국제체제를 충실하게 추종하라는 것인지 미국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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