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파 大연정’說 솔솔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집권 자민당을 뺨치는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두 정당 간의 ‘우파 대연정’ 시나리오가 연말 일본 정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9·11 총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민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마에하라 씨는 자민당에 가까운 점이 많은 인물”이라며 계속 추파를 던지고 있다.

대연정이 당장 성사되지는 않겠지만 ‘일본판 네오콘’의 상징적인 인물인 마에하라 대표의 성향을 고려할 때 민주당의 우파 세력이 자민당에 흡수되는 정계개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자민당 뺨치는 마에하라 대표의 발언=마에하라 대표는 9일 미국 방문 중 가진 연설에서 “현재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주변 1000해리 밖의 해상교통로 경비를 일본도 책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위대의 활동 및 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에 ‘현실적 위협’”이라며 비상사태에 대비한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중진인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전 중의원 부의장은 “아무리 당의 대표라고 해도 당론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래서는 자민당과 민주당이 ‘카레라이스’와 ‘라이스카레’처럼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도 ‘외교감각이 의심스럽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민당보다 한 발짝 더 나간 발언”이라 평하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괜찮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 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인지 모르나, 그렇다면 자민당 정권이 유지돼도 좋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대연정 부추기기 나선 자민당=자민당 수뇌부는 “그는 본래 우리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라며 대연정 카드를 다시 끄집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민주당에도 자민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이 많다”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부분적인 연립이라도 좋다”고 가세했다.

마에하라 대표가 대연정을 부정하면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99.9% 없다”며 일말의 여지를 남긴 것도 연정설 시나리오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는 요인이다.

대연정이 성립되면 1955년 진보계 정당의 통합에 맞서 당시 자유당과 민주당으로 갈렸던 일본의 보수 정당이 자유민주당으로 합당한 이후 60여 년 만의 대변혁이 된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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