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출발점이 될까, 이라크 안정의 토대가 될까.’
이라크 총선(15일) 부재자 투표가 12일 실시됐다. 13일부터 이틀 동안에는 미국 등 15개국에 사는 해외 유권자 150만 명의 투표가 실시된다.
이라크 내무부는 이날 “투표 방해를 목적으로 한 저항세력의 활동을 막기 위해 13일부터 17일까지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또 △야간 통행금지 시간 연장 △주요 지역 여행 제한 등 긴급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이라크가 주권국가로 거듭나 안정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국민의 합의에 의해 만든 새 헌법에 따라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주권 이양이 형식적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선거가 ‘이라크 민주화 프로젝트’의 최종판이다. 이번 총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미군의 이라크 철수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수니파 참여율이 관건=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수니파의 참여율. 저항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니파의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이라크는 정치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제헌의회 선거는 수니파 대부분의 불참으로 전국 투표율이 58%에 불과한 ‘반쪽 선거’였으며 이후 이라크는 계속되는 테러로 혼돈에 빠졌다.
이번에는 비록 수니파 최대 세력인 ‘무슬림학자연합’이 불참을 선언했지만 이라크이슬람당 등 수니파 정치세력들이 후보를 냈다. 일부 수니파 지도자들은 1월 총선에 불참해 권력을 잃었다면서 “투표는 무슬림의 의무”라며 유권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시아파와 ‘제2당’을 차지한 쿠르드족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투표에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는 이번에도 제1당인 통합이라크연맹(UIA) 내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에 대한 지지를 밝혀 시아파의 표심을 모으고 있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11일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파도 의회 다수를 점하지 못할 것이며 주요 정당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까=미국은 총선 이후 내년부터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라고 있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성급한 미군 철수로 이라크 종파 간 내전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군의 규모와 임무, 구성을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총선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의 희망은 더 간절하다. 내년에는 이라크 문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의료보험, 재정적자 등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 전념해 ‘2006년 상원의원 선거’와 ‘2008년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9일자)에서 “백악관 관리들은 이라크 관리들에게 총선 후 하루빨리 새 정부를 구성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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