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의 악명 높은 갱단 ‘크립파(派)’의 창설멤버 스탠리 윌리엄스(52) 씨의 형 집행을 하루 앞둔 12일까지 고민하고 있다.
윌리엄스 씨가 형 집행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주지사의 사형 감형 특권밖에 없는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967년 이후 감형 청원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17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 도심 빈민가에서 성장한 흑인 윌리엄스 씨는 고교시절인 1971년 크립파를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는 이후 파란 손수건을 넣고 다니던 크립파와 빨간 손수건을 넣고 다니던 ‘블러드파’가 주먹세계를 양분했다. 갱단을 이끌던 그는 1979년 편의점 점원 1명과 모텔을 운영하던 대만계 이민부부 및 그 딸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1981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수감 중 청소년을 상대로 자서전 등을 통해 갱단의 실태와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내는 등 선행을 많이 해 2001년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5년 연속 추천됐다. 갱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갱과 마약’ ‘갱과 폭력’ ‘갱과 무기’ 등의 책을 내 갱의 세계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돌이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4년에는 ‘크립파’와 ‘블러드파’의 평화협정을 중재했다.
그는 살인혐의는 부인했으나 갱단을 만든 것은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처음 조직을 만들었을 때는 사람을 괴롭히는 갱단을 일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건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리 자신이 그런 괴물 같은 갱단으로 변해갔다”고 후회했다.
그의 삶을 다룬 ‘구원’이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미 폭스를 비롯해 3만2000명이 그의 감형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크립파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무려 수천 건에 이르는 살인사건과 연계돼 있는 악질적인 갱단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에 재출마하는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초당파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최근 민주당원을 시 간부로 지명해 공화당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 감형 청원까지 받아들인다면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게 확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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