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존 유 교수 새 헌법해석 논란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존 유 교수
존 유 교수
재미교포 법학자인 존 유(38)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또다시 미국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유 교수가 최근 출간한 저서 ‘전쟁과 평화의 권한(The Powers of War and Peace)’에서 “미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전쟁과 관련해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유 교수의 헌법 해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허가 없이도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고 제네바협약 같은 전시 행동규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 헌법상 의회가 전쟁을 선포(declare)하는 독점적 권한을 갖도록 명시하고 있음에도 그는 “이 문구가 대통령이 전쟁 개시(commence) 전에 의회에 문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보수주의 그룹 내에서조차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비판그룹은 “유 교수가 의회의 권한을 단지 상대국에 전쟁 개시를 통보하는 대사의 역할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마이클 글레넌 터프스대 교수는 “유 교수는 대통령을 ‘선출된 왕’으로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테러 용의자 취급에 관한 그의 논리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2년 법무부 근무 시절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취급을 정당화한 이른바 ‘고문 메모(torture memo)’를 작성해 ‘전범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를 금지하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수정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은 국가 방어라는 절실함 때문에 테러 용의자에 대해선 제네바협약에 구애받지 않고 심문(interrogation)을 명령할 필요가 있다는 것. 따라서 그는 “매케인 수정안이야말로 구두질문 외엔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론이 커지면서 유 교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는 매우 창의적이고 예의바른 훌륭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절친한 친구조차도 “그의 책은 180도 과녁을 비껴간 것”이라며 혀를 찼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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