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ABC방송, 영국 BBC방송,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일본 NHK방송이 최근 이라크 주민들을 상대로 공동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그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70%, 요즘 생활에 만족한다는 사람이 71%, 향후 1년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64%에 이르렀다. 무장 세력의 자살폭탄 테러 소식만 들어 오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조사 결과다.
지난 17개월간 4차례 이라크 현지를 돌아보고 온 조지프 리버먼(민주) 미국 상원의원의 최근 보고서도 비슷하다. 그는 “거리를 달리는 차량과 지붕 위의 위성방송 안테나 접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라크인들은 이전보다 수백만 대나 많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다”고 썼다.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리버먼 의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달라진 이라크’의 모습을 수치로 제시했다.
2003년 봄부터 시작해 3000개에 이르는 학교의 개·보수 작업이 이뤄졌고 3만 명 이상의 교사가 양성됐으며 800만 권 이상의 교과서가 배포됐다. 40만 명의 농민을 도울 수 있는 관개시설이 마련됐고 3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상수도 시설이 추가로 개량됐다. 새 화폐가 도입됐고 주식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개인과 자영업자 대출이 2100만 달러(약 210억 원)로 늘었다. 3만 개 이상의 사업체가 새로 등록했다. 최근 조사에서 이라크 기업인 중 4분의 3 이상이 향후 2년간의 경제 성장을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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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특히 남부 나자프와 북부 모술에서의 상황을 모범적인 예로 들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통치 기간 중 사회기반시설이 거의 무너진 이곳에서 주요 도로가 보수되고 경찰서, 소방서가 새로 건설되는 등 재건작업이 한창이라는 것이다.
나자프에서는 축구경기장이 다시 문을 열고 순례자들이 시아파 성지인 이곳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순례자를 상대로 한 상점도 활기를 띠고 있다. 모술에서는 티그리스 강 위에 다리가 놓이고 모술 공항도 새롭게 보수됐다. 그러나 전력 공급과 상하수도 시설은 아직도 원상 복구되지 못해 큰 문제로 남아 있다.
테러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치안 상황도 나아졌다. 나자프에서는 이라크 경찰이 일상 치안을 전담한다. 이라크군이 시내의 미군 기지를 차지하고 미군은 도시 외곽으로 물러나 있다. 이라크군이 요청하면 시내에 들어가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느끼는 편차는 컸다. 앞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쿠르드, 시아파, 바그다드 지역에서는 미군 침공 후 생활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73%, 59%, 59%로 높았으나 수니파 지역에서는 25%에 불과했다. 생활뿐만 아니라 치안 문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매일 테러로 지새는 것처럼 인식돼 온 바그다드 지역조차도 ‘안전해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70%에 이른 데 비해 수니파 지역은 21%에 그쳤다.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미국에 시종 비판적인 보도 태도를 취해 온 알 자지라방송도 후세인 정권 몰락 후 유엔환경계획(UNEP)의 이라크 중동부 습지지역 복원 작업만큼은 높게 평가했다. 탄압을 피해 숨어든 시아파를 말살하기 위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수로를 바꾸고 갈대를 태워 파괴한 9000km²의 습지가 절반가량 회복됐다.
리버먼 의원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실수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승리의 문턱에서 의지를 꺾어 버리는 더 큰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조속한 철군을 주장하는 많은 민주당 의원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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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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